(상가 앞 동일초등학교의 전경, 김채린 기자)

 서울시 노원구의 한 낡은 상가에 가을이 찾아왔다. 1988년에 지어진 이 상가는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사이에서 오랫동안, 조용히 위치하고 있다.

상가 앞에는 디귿자로 생긴 동일초등학교가 있고, 공원과 아파트가 상가 뒤를 감싸고 있다. 그 사이를 촘촘히 메운 건 노랗고 빨간 은행나무들이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지고 떨어진 낙엽들은 발 끝에 채인다.

엄마들은 학교 앞에서 서로 이야기 하며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린다. 선생님의 하교지도에 따라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겉옷으로 둘둘 싸여있어 몸집이 커보인다.

피아노, 태권도, 영어, 수학 등 학원으로 붐비던 상가에서 살아남은 곳은 분식집과 세탁소뿐이다. 음악 소리와 아이들 소리로 북적거리던 상가가 조용해지고 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낙엽이 채이는 소리가 더 큰 것 같다.

상가 입구를 지나며 만난 이정숙(54세) 씨는 이 동네에서만 30년을 살아왔다. 그녀는 천천히 상가 앞에 쌓인 낙엽을 밟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예전엔 정말 북적거렸어요. 저도 아이 셋을 여기서 키웠거든요. 분식집 떡볶이 냄새에, 문구점이랑 학원에서 쏟아져 나오는 애들 소리까지 시끌벅적했죠.”

이 씨의 손끝은 상가 2층을 가리켰다. 지금은 깜깜한 채로 잠겨 있는 피아노 학원 자리다. 그녀는 “애들이 줄어서 학원 자리 내놓고 하니까 상가가 자주 바뀌더라고요.”라며 아쉬움을 표했 다.

(상가 앞에 낙엽이 떨어져 있다, 김채린 기자)

김채린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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